📰 ‘야상’과 ‘깔깔이’의 진짜 역사: 미군 M-65부터 한국군 보급의 변천사

대한민국 남성들의 공통 기억, 야상과 깔깔이

‘야상’과 ‘깔깔이’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 복무 시절 한 번쯤 입어봤을 필수 보급품이자, 군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입니다. ‘야상’은 야전 상의(野戰上衣)의 줄임말이며, ‘깔깔이’는 정식 명칭이 방한 내피(防寒內皮)이지만 독특한 누빔 재질 때문에 붙여진 애칭입니다. 이 두 보급품은 단순히 군복을 넘어, 혹독했던 한국군 복무 환경과 보급 체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원형은 한국이 아닌, 미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국군이 보급품의 근간을 미군에 의존했던 냉전 시대의 특성상, 야상과 깔깔이의 역사는 미군 M-65 야전 상의와 그 내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M-65는 단순히 옷이 아니라, 한국군 복제의 표준이 되었던 역사적 유물이었습니다.

야상의 원조: 미군 M-65 야전 상의의 탄생과 진화

M-65 야전 상의는 1965년에 미군에 정식 채택되면서 그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M-43, 한국전쟁의 M-51을 거쳐 탄생한 가장 완성도 높은 야전 상의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M-65는 특히 베트남 전쟁과 냉전기 유럽 전선에서 미군의 표준 전투복으로 사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그 디자인의 표준을 제시했습니다.

M-65의 혁신적인 디자인 특징

M-65가 이전 모델들과 차별화된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탈부착 가능한 후드: 칼라 안에 접어 넣을 수 있는 형태의 후드가 있어 필요에 따라 방수 및 방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 어깨 견장과 스냅 버튼: 견장은 장교 계급장이나 장비를 부착하는 용도였으며, 전면의 스냅 버튼은 지퍼가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한 보조 잠금 장치였습니다.
• 두꺼운 지퍼와 벨크로: 전면에는 튼튼한 금속 지퍼가 사용되었고, 소매에는 벨크로(찍찍이)가 적용되어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소매를 조절하기 용이했습니다.

이 M-65 야상이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군의 환경에 맞춰 변형된 것이 우리가 아는 한국형 야상(대개는 M-65의 형태를 모방한 구형 야상)이 되었습니다.

깔깔이의 탄생: 방한 내피의 진화

‘깔깔이’의 원형 역시 M-65 야전 상의에 결합하여 사용하는 **M-65 라이너(Liner)**였습니다. 이 라이너는 얇은 폴리에스터 충전재를 퀼팅(누빔) 방식으로 처리하여 가볍지만 보온성이 뛰어났습니다.

미군 라이너와 한국군 깔깔이의 차이

미군 M-65 라이너는 외피 안에 넣어 입도록 제작되어 팔 부분에 소매를 연결하는 단추 구멍만 있었을 뿐, 별도의 깃이나 주머니가 없는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한국군의 ‘깔깔이’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 색상: 미군 라이너는 주로 올리브 그린 계열이었으나, 한국군 깔깔이는 ‘황토색’ 또는 ‘겨자색’에 가까운 독특한 색상으로 보급되었습니다.
• 독립적인 외투: 한국군 깔깔이는 내피 역할 외에, 막사나 실내에서 ‘단독 외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간부나 병사들은 실용성을 위해 깔깔이에 주머니를 덧대어 박거나 지퍼를 다는 등 사제 개조를 거쳤습니다.
• 재질의 변화: 시간이 지나면서 보온성을 높이고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합성 섬유와 누빔 패턴이 적용되며 현재의 친숙한 모습으로 정착했습니다. 이 누빔 패턴이 움직일 때마다 ‘깔깔’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고 하여 ‘깔깔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한국군 보급 체계의 변천사 속 야상과 깔깔이

한국군 보급품의 역사는 경제 성장과 함께 급변해 왔습니다. M-65 야상은 1980년대까지도 주력으로 보급되었지만, 90년대 이후 한국형 신형 군복이 보급되면서 점차 구형 야상으로 밀려났습니다.

연대	주요 야상 모델	깔깔이 활용 특징
1970년대	미군 M-65 도입 및 한국형 M-65 제작	외피에 종속된 내피 기능 중심
1980년대	M-65 야상 전성기	혹한기 필수품, 사제 개조 시작
1990년대	신형 얼룩무늬 전투복 도입	구형 야상은 주로 작업복/외출복으로 활용, 깔깔이 단독 착용 일반화
2000년대 이후	디지털 패턴 신형 야상(방상외피) 보급	구형 깔깔이는 여전히 병영 생활의 상징

야상은 시간이 지나 신형 방상외피(방한 상의 외피)로 대체되었지만, 깔깔이는 그 편리성과 보온성 때문에 현재 보급되는 신형 플리스 재킷(Fleece Jacket) 내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부대에서 애용되고 있습니다.

군 복무를 넘어선 문화적 아이콘

야상과 깔깔이는 군복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한국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야상의 범용성: 특히 M-65 야상은 튼튼하고 기능적이며 캐주얼한 디자인 덕분에 전역 후에도 캠핑이나 야외 활동 시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군복 스타일 패션의 일부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 깔깔이의 만능성: 깔깔이는 군대 내에서는 혹한기 필수품, 작업복, 실내복으로 쓰였고, 전역 후에도 방한용 작업복, 집안 실내복 등으로 활용되며 **’국민 방한복’**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그 특유의 황토색과 누빔 디자인은 한국 군필자들에게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각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야상과 깔깔이의 역사는 미군의 우수한 보급 체계를 받아들인 한국군이, 이를 자신들의 환경과 실용성에 맞게 변형하고 발전시켜 온 한국형 군사 문화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보급품은 단순한 피복을 넘어, 수많은 40대 남성들의 추억과 고생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남아있습니다.